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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병원 진료를 기다리며 떠난 뜻밖의 역사여행, 부산 수영사적공원 산책기

by 찬&민 2026.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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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우리들 중 한 명이 병원 진료 예약이 있어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게 되었다. 병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고 나니 진료가 끝나기까지 제법 시간이 남아 있었다.

차 안에서 기다리기에는 너무 무료할 것 같았다.

마침 병원 근처에 부산의 대표적인 역사공원 중 하나인 수영사적공원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 기다리는 동안 문화탐방이나 해보자."

그렇게 시작된 짧지만 의미 있는 아침 산책이었다.

수영사적공원부산 수영구 수영성로 43

수영사적공원은 어떤 곳일까?

수영사적공원은 조선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가 근무하던 좌수영성이 있던 자리 일대를 중심으로 조성된 역사공원이다.

임진왜란 당시 부산과 경상도 해안을 방어하던 중요한 군사시설이 있었던 곳이며, 현재는 여러 역사유적과 기념물들이 남아 있어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원 안에서는 안용복 관련 유적, 수사선정비, 의용단 기념시설, 명후정, 보호수 등을 만날 수 있다.
 
25의용단을 기리는 공간

공원 입구를 따라 걷다 보니 25명의 의용분들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 지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의용인들을 기리는 공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안내판을 꼼꼼히 읽어본 뒤 본격적인 역사탐방에 나섰다.

첫 번째 만남, 안용복 장군 사당

가장 먼저 만난 곳은 안용복 장군을 기리는 공간이었다.

안용복은 조선 숙종 때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일본에 직접 건너가 주장하고 인정받아 낸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오늘날에도 독도 수호의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당 앞에서 묵념을 했다.

"감사합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의미는 결코 짧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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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

산책을 이어가던 중 연세가 많아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힘차게 걸으며 운동을 하고 계셨다.

괜히 우리도 뒤처지기 싫어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옮겼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모습이 참 건강해 보였다.

역시 건강은 꾸준한 움직임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부산 좌수영성지 푸조나무

공원 한편에서는 아주 인상적인 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부산 좌수영성지 푸조나무다.

약 500년 정도의 수령으로 추정되는 보호수라고 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탓인지 곳곳에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마치 연세 많은 어르신께서 지팡이에 의지하고 계신 모습 같았다.

세월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나무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는 잠시 푸조나무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나무는 임진왜란도 봤겠지?"

"수백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지켜봤을까?"

"전쟁과 평화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지도 몰라."

물론 나무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수사선정비와의 만남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선정비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사선정비는 조선시대 경상좌수영을 맡았던 수군절도사 가운데 선정을 베푼 관리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들이다.

현재 이곳에는 총 33기의 비석이 보존되어 있으며 부산광역시 문화유산 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비석마다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고, 오랜 역사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는 듯했다.

어르신들의 쉼터

수사선정비를 지나니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나무그늘 아래에는 여러 개의 테이블과 바둑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마도 지역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바둑이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듯했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오고 나무그늘은 넉넉했다.

그야말로 시선만 두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었다.

산속 헬스클럽을 발견하다

조금 더 걸어가니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우리들끼리 웃으며 말했다.

"여기 산속 헬스클럽이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어르신들뿐 아니라 아저씨, 아주머니,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역시 공원은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최고의 체육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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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행사 준비

산책을 계속하던 중 갑자기 천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행사 안내본부와 여러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무슨 행사인가 살펴보니 "내고장 알기 어린이 도전 골든벨 대회"가 준비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행사인 듯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시작될 것 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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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는 공원

돌아가는 길에는 명후정 활쏘기 체험장도 볼 수 있었다.

작은 규모의 공원인데도 역사유적, 운동시설, 쉼터, 체험시설까지 없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른 아침이라 체험은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아쉬운 발걸음

행사 시작까지는 약 1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그때 병원 진료를 마친 일행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 끝났어요. 픽업 부탁해요."

아쉽지만 우리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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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지만 의미 있었던 아침

그렇게 수영사적공원을 한 바퀴 돌아본 우리는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병원 진료를 마친 일행을 태우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른 곳이었다.

하지만 막상 둘러보니 역사도 배우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오래된 나무와 문화유산도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부산에 살면서도 미처 몰랐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던 아침.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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